따라서 계좌 명의자가 단순히 “범죄인 줄 몰랐다”고 말했는지 여부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계좌를 빌려줬다는 사실만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결국 당시의 대화 내용, 금전적 대가의 유무, 계좌 제공 방식, 이후 거래 정황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범죄에 대한 인식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보이스피싱 계좌대여 사건에서는 계좌가 범행에 사용됐다는 결과와 계좌 명의자가 범죄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사기관은 계좌를 제공하게 된 경위와 상대방과의 대화내용, 대가 지급 여부 등 당시의 객관적인 정황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특히 체크카드나 비밀번호까지 넘겼는지, 계좌에 낯선 돈이 입금된 이후의 행동은 어떠했는지 등은 계좌 제공 당시의 인식 정도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보이스피싱 계좌대여 사건에서는 하나의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 범행 가담 여부라는 서로 다른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계좌가 범행에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책임을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계좌를 제공한 경위와 당시 범죄 이용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정황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