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업난을 악용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대포통장’ 관련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처럼 통장을 노골적으로 매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액 아르바이트나 구매대행 업무를 가장해 접근하는 수법이 늘면서 본인도 인식하지 못한 채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포통장은 계좌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비정상적인 금융 계좌를 의미한다. 보이스피싱 등 각종 금융 범죄에서 범죄 수익을 수취·은닉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계좌 명의를 제공한 사람 역시 공범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범죄에 연루된 청년층 상당수가 “속아서 통장을 빌려준 것이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계좌를 양도하는 행위뿐 아니라,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계좌를 대여하는 행위 역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실제 사기 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범죄에 사용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수사기관은 계좌 모집 경위와 사용 내역, 명의자가 받은 대가, 범행의 반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고의 여부를 판단한다. “급전이 필요해 알바를 했다”거나 “지인의 부탁이었다”는 사정은 양형에 일부 참작될 수는 있으나, 범죄 성립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초범임에도 불구하고 벌금형에 그치지 않고 집행유예나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포통장 사건을 다수 담당해 온 법률사무소 스케일업의 박현철 변호사는 “직접적인 범죄 가담 의사가 없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될 수 있음을 인식하거나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며 “특히 업무 과정에서 수상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별다른 확인 없이 계좌를 제공했다면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책임을 면하기는 쉽지 않다”고 경고했다.
처벌 수위 또한 가볍지 않다. 대포통장 명의 대여로 적발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형사처벌 외에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뒤따를 수 있다. 여기에 금융거래 제한, 계좌 개설 불가, 취업 및 신용상의 불이익 등 장기적인 후폭풍도 감수해야 한다.
박현철 변호사는 “세상에 아무런 이유 없이 고수익을 보장하는 아르바이트는 없다”며 “자신의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타인에게 넘겨주는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출처 : 이코노미사이언스(https://www.e-science.co.kr)